경기도 평촌에 사는 주부 박길현(43)씨는 인터넷 쇼핑몰 아이디가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아웃렛과 대형마트, 백화점이 있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로 일일이 클릭하며 쇼핑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하면서 박씨도 모바일 쇼핑에 눈을 돌렸다. 온라인몰 11번가,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 등 몇 군데나 가입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장난감 등 5만원이 넘지 않는 제품을 소액 결제한다. 박씨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쉽게 쇼핑할 수 있고 값도 무척 싸다”며 “요즘은 해외 주방용품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모바일 쇼핑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모바일 점핑족’의 전형이다. PC를 이용한 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거나 병행해 이용하는 경우와 달리 PC 쇼핑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으로 바로 진입하는 경우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온라인몰 회원이 아니었는데 모바일을 통해 바로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이 2012년 5%에서 지난해 20%로 1년 만에 네 배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유통채널의 이용행태는 재래시장→백화점·대형마트→PC기반 쇼핑→모바일 쇼핑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PC로 쇼핑을 하는 ‘마우스족’을 거치지 않고 한 단계 건너뛰어 모바일 쇼핑을 하는 ‘엄지족’으로 바로 진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기술의 건너뜀(Leap Frogg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쇼핑 행태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점핑족’은 모바일 쇼핑만 이용하는 ‘모바일 온리족’의 증가로 이어진다. 11번가가 지난해 모바일 쇼핑고객을 분석한 결과 4명 중 3명은 모바일만을 이용해 쇼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모바일로만 쇼핑하는 비중이 높다. 11번가의 경우 15~34세의 경우 6대4의 비중으로 모바일로만 구입하는 고객이 더 많다. PC 기반에서는 여성과 남성 고객의 비율이 비슷한데 모바일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6대4로 남성보다 높은 것도 눈에 띈다.

 모바일만 이용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모바일 쇼핑 이용은 점점 증가하고 PC 쇼핑은 감소한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의 ‘모바일·인터넷쇼핑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객 수는 계속 늘어나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1500만 명을 돌파했다. 반면 PC 쇼핑객 수는 월 2940명으로 2011년 하반기 3085만 명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모바일 점핑족’ ‘모바일 온리족’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일산에 사는 주부 배문영(35)씨는 “17개월 된 아들을 돌보다 보니 인터넷 쇼핑은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일일이 검색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이유다. 배씨는 “모바일 쇼핑은 아기에게 팔베개를 해주고도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할 수 있다”며 “분유·기저귀·세제 등 자주 사는 품목은 일일이 고를 필요도 없고 가격도 모바일이 더 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000만 명을 넘어선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곧 예비 모바일 쇼핑족이다. 최근에는 갤럭시노트·G2 등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작은 화면에 불편함을 느꼈던 중장년층까지 모바일 쇼핑으로 유입됐다. 휴대전화 통신사들의 통신망 속도 경쟁 역시 모바일 쇼핑 인프라를 탄탄하게 했다. 각 유통업체가 모바일 쇼핑 시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집중 투자하면서 수수료는 낮아지고 가격 경쟁력은 높아졌다.

 모바일 쇼핑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시장은 2010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7500억원 규모로 불과 2년 만에 약 16배로 성장했다. 올해는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TV홈쇼핑 시장을 웃도는 규모다. 개별 기업의 성장세도 비슷하다. 특히 온라인몰은 발 빠르게 모바일에 역점을 두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11번가의 경우 모바일 매출이 2011년 81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을 넘겼다. 올해는 모바일 쇼핑업체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쇼핑의 위협을 받는 홈쇼핑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앱을 내놓은 GS샵의 경우 이달 13일 다운로드 수가 500만을 돌파했다. 2012년 435억원이던 모바일 매출은 2800억원으로 여섯 배 넘게 성장했다. 올해 예상치는 6000억원이다.

 모바일 쇼핑객의 장바구니는 PC 쇼핑객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온라인몰 G마켓은 20일 “모바일 쇼핑으로 설 선물을 구입한 고객은 지난 추석 때에 비해 생활용품을 591%나 더 구입했다”고 밝혔다. G마켓 마케팅실 박혁 팀장은 “샴푸·린스·치약 등 상세한 설명이 없어도 이미지만 보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간단한 생필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PC쇼핑객은 재배지역이나 크기를 꼼꼼히 비교해야 하는 과일이 1위였다. 검색이 불편한 만큼 특별히 고르지 않아도 되고 쉽게 반복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모바일 쇼핑에서 인기다. 

 모바일 매출은 특히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비중이 높다. 쿠팡의 경우 모바일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티켓몬스터·위메프 등도 모바일 매출 비중이 과반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내가 원하는 곳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의 경우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가 선택 여부만 결정한다. 

 모바일 쇼핑족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샵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쇼핑데이터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TV홈쇼핑 방송도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영한다. 상품검색부터 결제까지 모든 것이 모바일 맞춤형이다. 롯데M몰은 롯데백화점 상품까지 진열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현대H몰은 70만 가지 상품을 화면상에서 코디해보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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